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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홉개의 비경, 아홉번의 탄성 ‥ 충북 괴산 갈은구곡

     

    버스조차 안다니는 ‘오지 중의 오지’
    1곡 갈은동문부터 9곡 선국암까지


    바위마다 새겨진 아홉 편의 漢詩 감탄 절로

    바위에 새겨진 시구(詩句)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한데 제1곡 갈은동문에서부터 제9곡 선국암에 이르는 아홉 풍경은 옛 선인들이 노래한 글귀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가히 비경이다.

    충북 괴산군 칠성면 갈은구곡(葛隱九曲). 군자산과 비학산, 옥녀봉에 감춰진 구곡은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아 태초의 모습 그대로다. 계류는 수정처럼 맑고 원시림에 뒤덮인 숲은 울창하다.

    수호신처럼 들어선 듬직한 바위는 저마다 생김새가 기묘해 눈길을 잡아끈다. 심산유곡의 진수가 바로 이런 것일까. 너럭바위에 걸터앉아 탁족(濯足)을 즐기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산에는 아홉 풍경을 거느린 이름난 계곡이 제법 많다. 이른바 ‘구곡’(九曲)을 품은 계곡은 화양·선유·쌍곡·갈은·연하·고산·풍계계곡 등이다. 이 중 갈은계곡은 지금껏 외지인의 발길이 뜸한 오지로 남아 태초의 풍경을 온전히 내보인다.

    9개의 한시(漢詩)를 구곡의 암석에 새겨놓은 것도 전국에서 유일하다. 아홉 풍광을 눈에 담고 한시를 가슴에 새기며 둘러보는 맛이 쏠쏠하다.

    중원대학교 이상주 연구교수는 “갈은계곡에는 매 구곡마다 암벽이나 암반에 다양한 서체의 구곡시를 새겨놨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이는 한시연구의 호재이고 서체연구의 귀중한 자료”라고 평했다.

    갈은구곡은 갈은계곡이 품은 아홉 가지 비경. 칠성면 외사리 갈론마을을 들머리로 삼는다. 마을은 칠성면 수전교 건너 우측으로 달천을 끼고 5㎞를 내달려 군자산 자락에 들어앉았다.

    갈론마을은 ‘칡뿌리를 양식으로 해 은둔하기 좋다’는 말처럼 지금껏 노선버스가 다니지 않고 있는 오지다. 벽초 홍명희의 조부 홍승목과 국어학자 이능화의 부친 이원극이 은둔생활을 보냈고 구한말 칼레 신부가 천주교 박해를 피해 숨어든 곳이다.

    갈은천을 끼고 있는 마을은 현재 16가구 30여명이 모여 산다. 마을 끝에 자리한 갈론분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고, 빈 집터와 묵은 밭이 띄엄띄엄 눈에 띤다.


    사은리 이은찬 이장(66)은 “한 때는 80여 가구 400여명이 살았지만 화전민들이 하나 둘씩 떠나고 자손들이 도시로 나가 현재는 10분의 1로 줄었다”며 “그나마 60살을 넘긴 노인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골골이 새긴 명시 갈은구곡’이라는 글씨를 바위에 새긴 ‘관문’을 지나 1㎞ 정도 오르면 계곡 초입. 제1곡 ‘갈은동문’(葛隱洞門)을 만난다. 계곡을 감싼 집채만한 바위가 병풍처럼 들어선 모양새가 꼭 성벽 같다.

    절벽 위에 들어앉은 직육면체 바위에는 ‘葛隱洞門’(갈은동문)이라는 글씨가 또렷하다.

    ‘동의온오하의량(冬宜溫奧夏宜凉), 여고위린시접방(與古爲隣是接芳), 백석평원성축포(白石平圓成築圃), 청산중용요원장(靑山重聳繞垣墻)’이란 시구도 눈길을 끈다.

    이 교수는 ‘겨울에는 따솜따솜 여름에는 서늘서늘, 태고의 자연과 벗하며 사노라니 마냥 좋아라, 평평하고 하얀 암반은 채소밭 하면 안성맞춤, 청산은 겹겹이 높이 솟아 담장이어라’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너럭바위를 감싸듯 흐르는 계류는 맑고 푸르다. 개울가 거대한 암반을 둘로 쪼개 흐르는 물길이 신비롭다. 계곡 풍광에 감탄한 이들이 하나둘씩 세워놓은 돌탑은 마치 예술품을 보는 듯하다.

    물길을 따라 오르면 제2곡 갈천정(葛天亭). ‘갈천’ 성을 가진 사람이 은거했던 이곳은 갈론마을의 지명유래가 된 곳. 개울가 절벽에는 ‘葛天亭’(갈천정)이라는 글씨와 함께 ‘일기청산모(日氣靑山暮)-햇살은 청산 너머로 저물어가고’로 시작되는 시구가 적혀 있다. 갈은동문과 풍광이 이어진다.

    여기서 조금 더 오르면 제3곡 강선대(降僊臺)다. ‘신선이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계류 옆 작은 절벽에 ‘降僊臺’(강선대)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강선대의 암벽은 암반으로 이어져 개울까지 흐른다. 작은 소에는 풀빛이 감돈다. 신선이 내려온 곳이라서일까.

    계곡 풍광에 넋을 잃고 있자니 머리가 청명해진다. 강선대까지는 시멘트포장길이다. 여기서 좌측 숲길은 길이 끊겼다.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 삼거리에서 오른쪽 숲길로 든다.

    1㎞쯤 걸었을까. 넓은 소와 시루떡처럼 생긴 바위가 층을 이루고 있다. 구슬 같은 물방울이 흘러내린다는 옥류벽(玉溜壁·제4곡)이다. 3m 높이의 암벽이 길게 이어져 장관이다.

    여기서 암벽이 비단 같은 금병(錦屛·제5곡), 바위가 거북을 닮은 구암(龜岩·제6곡), 노송 아래로 흐르는 물가에 지은 집이라는 뜻의 고송유수재(古松流水齋·제7곡), 일곱 마리의 학이 살았다는 칠학동천(七鶴洞天·제8곡)을 거치면 제9곡 선국암(仙局岩)에 닿는다.


    선조 때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의 조부 홍승목, 구한말 국어학자 이능화의 부친 이원극의 이름이 음각된 고송유수재는 바위 뒤에 돌로 쌓은 담장이 지금껏 남아 있다.

    칠학동천에서 흘러내린 물이 폭포를 이룬 모양새가 뽀얀 명주 같다. 옛 선비들이 집을 짓고 풍류를 즐길만한 풍광이다. 일곱 마리의 학이 살았다는 칠학동천에는 지금 학을 볼 수 없다. 대신 흰 구름만 계류에 실려 간다.

    선국암은 갈은구곡의 비경 중 비경. 신선이 바둑을 두던 바위다. 칠학동천 바로 위 2m 높이의 거대한 너럭바위는 윗부분이 평상 같다.

    이곳에 바둑판이 새겨져 있다. 바둑판 네 귀퉁이에는 ‘四老同庚’(사로동경)이란 글씨가 음각돼 있고 바둑알을 담을 수 있는 홈이 파져 있다. ‘사로동경’은 4명의 동갑내기 노인들이 바둑을 즐겼다는 뜻이다.

    바위에 새겨진 시구가 아름답다. ‘옥녀봉두일욕사(玉女峰頭日欲斜), 잔기미료각귀가(殘棋未了各歸家), 명조유의중래견(明朝有意重來見),

    흑백도위석상화(黑白都爲石上花)-옥녀봉 산마루에 해는 저물어가건만, 바둑은 아직 끝내지 못해 각자 집으로 돌아갔네, 다음날 아침 생각나서 다시 찾아와 보니, 바둑알 알알이 꽃 되어 돌 위에 피었네’.

    이상주 교수는 “선국암에서 바둑을 둔 4명은 고등룡·신치우·김재희·전덕호 등 4명으로 추측된다”며 “이중 전덕호는 갈은구곡의 아름다움에 반해 구곡을 정하고 시를 쓴 당사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1844년 괴산읍 대덕리에서 태어난 전덕호는 통정(通政) 중군(中軍)을 역임했던 인물. 사람도 신선처럼 살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신선이 머물 만큼 아름다운 갈은구곡에서 신선처럼 살다 갔다.

     
     
    괴산호 따라 걷는 ‘산막이옛길’

     
     
    노루샘·호랑이굴 … 볼거리 천지

    달천(괴산호·사진)을 사이에 두고 갈론마을과 마주한 산막이옛길은 칠성면 사은리 사오랑마을과 산막이마을을 이어주는 옛길이다. 비좁고 험한 산길을 2009년 정비해 걷기 편한 숲길로 만들었다.

    달천을 왼쪽에 끼고 오른쪽 등잔봉(460m) 자락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이 길은 3.1㎞ 거리. 쉬엄쉬엄 걸어서 1시간30분(편도) 정도 걸린다. 안내소를 지나 농로를 따라가면 만나는 고인돌 쉼터와 연리지가 숲길의 들머리. 소나무출렁다리까지 이어진 흙길을 지나면 길은 내내 나무데크를 따라간다.
    
    고공전망대에서 바라본 괴산호

     
    녹음이 스민 호수를 따라 길 위에서 만나는 풍광 또한 다양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 그루의 나무가 뒤엉킨 정사목, 노루가 목을 축이던 노루샘, 습지 연화담, 세상 시름을 잊어버린다는 망세루, 호랑이가 살았다는 호랑이굴, 매모양의 매바위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노루샘에서는 진달래동산으로 내려서는 등잔봉 산행코스를 탈 수 있다.


    길 중간 지점 앉은뱅이약수에서는 ‘앉은뱅이도 일어나게 한다’는 약수 한 바가지로 목을 축이며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이어지는 얼음 바람골에선 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진다. 호수 전망대에 오르면 맞은편 한반도 모양새를 하고 있는 군자산자락 끄트머리와 마주한다.

    거대한 바위가 ‘山’(산)자를 닮은 뫼산바위와 괴음정을 지나면 고공전망대. 달천을 향해 툭 튀어나온 전망대는 바닥을 투명하게 만들어 오금이 저린다. 여기서 마흔고개와 다래숲동굴, 진달래 동산, 가재연못, 산딸기길을 거치면 종착지점인 산막이마을이다.
     
    수월정

     
    산막이마을은 ‘산이 가로막은 막다른 곳’ ‘초선 초기 도자기를 굽던 움막이 있던 곳’이란 뜻이다. 현재 3가구가 살고 있는 마을 끝에는 조선 중기의 문신 노수신이 유배를 와서 머물렀다는 수월정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되돌아오는 방법은 2가지. 왔던 길을 다시 걷거나 산막이 나루터에서 유람선(편도 5000원)을 타는 것이다. 선상에서 바라보는 풍광 또한 제법 운치 있어 유람선을 권한다.

     

    여행정보

    ▲ 찾아가는 길:
    서울→중부내륙고속도로→괴산IC→칠성면소재지방면→칠성초교 지나 외사리 방면/외사리에서 수전교를 건너 괴산댐(칠성댐)을 지나 갈론마을까지 5㎞

    ▲ 주변 볼거리: 괴산에는 아홉 가지 풍광을 자랑하는 화양구곡, 선유구곡, 쌍곡구곡 등 이름난 계곡이 많다. 이외에 수옥정관광지, 용추폭포, 괴강유원지, 후평숲, 사담 등의 풍광이 아름답고 보물 433호인 석조비로자나불좌상과 각연사 통일대사탑비(보물 1295)와 통일대사부도(보물 1370호), 보안사 3층석탑(보물 1299호), 마애불좌상(보물 97호) 등의 유적을 볼 수 있다.

    ▲ 맛집&축제: 괴강삼거리 괴강교 건너 할머니괴강매운탕(매운탕, 043-832-2974)과 괴산읍내 서울식당(올갱이해장국, 043-832-2135), 기사식당(올갱이해장국, 043-833-5794)이 유명하다. 8월말쯤 ‘괴산고추축제’를 연다.

    ▲숙박: 갈론분교터 옆에 갈론민박매점(043-832-5614)이 있다. 칠성면에는 노아파크(043-832-6671), 괴산읍에는 샵모텔(043-832-1610), 영빈장(043-832-2660), 궁전모텔(043-832-0516) 등이 있다.

    ▲문의: 괴산군청 문화관광과 (043)830-3223

    사네 http://annemyungg.blog.me/40132620759

    [자료원: 스포츠경향/글·사진 윤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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